매일 밤 울컥 눈물이 나고 학교 가기가 너무 두려워요. (부평 10대 중반/여 청소년 우울증)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이 답답하고 학교 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요.
성적도 떨어지고 친구들과 멀어진 것 같아 혼자 교실에 있으면 눈물이 쏟아져요.
밤마다 잠도 안 오고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데 저도 우울증인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이재은입니다.
남겨주신 글을 읽으며 현재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힘겨우실지 감히 헤아려봅니다.
아침마다 등교를 생각하며 느꼈을 숨 막히는 답답함과 홀로 교실에서 눈물을
참아내야 했을 외로움은 결코 본인이 약해서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글을 남겨주신 것 자체가 마음을 돌보기 위한 소중하고 용기 있는 첫걸음입니다. 지친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청소년 시기에 마음이 울적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매사에
두려움이 많아지는 증상을 '기울증(氣鬱症)' 또는 '심담구겁(心膽俱怯)'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우리 몸에는 에너지가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데, 학업 스트레스나 대인관계로 인한
지속적인 긴장은 마치 고속도로에 갑자기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의 기운을 한곳에 꽉 막히게 만듭니다. 이를 기가 울체되었다고 표현하며,
이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감정을 주관하는 장기인 심장과 담이 제 기능을 잃고 지치게 되는데,
엔진이 과열되어 방전된 자동차처럼 매사에 의욕이 없고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의 몸살을 돌보기 위해서는 우선 꽉 막힌 기운을 부드럽게 소통시키고,
지친 심장과 담의 기능을 보충하여 스스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 기혈의 순환을 돕고
마음의 균형을 맞춰주는 한약 치료와 에너지를 소통시키는 침 치료,
그리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한방 요법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 스스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작은 지침으로는, 당장 거창한 활동을 하기보다는
하루에 딱 10분씩만 햇볕을 쬐며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햇볕은 천연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훌륭한 치유제이며, 발바닥이 땅에 닿는 자극은
울체된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데 긍정적인 자극이 됩니다. 또한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숨을 코로 깊이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길게 내쉬는 복식 호흡을 반복하는 것도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데 소소한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안아주어야 할 때입니다.
지금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캄캄하고 막막하게 느껴지시겠지만, 밤이 지나면 반드시
따뜻한 아침이 찾아오듯 마음의 건강도 차츰 온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이 무거운 짐을 모두 짊어지려 하지 마시고, 필요한 경우 가까운 전문 기관을 찾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세심한 처방을 통해 마음의 체력을 채워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가정 내에서 온전한 쉼과 치유가 이루어지기를 멀리서나마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작성해 드린 답변이 힘든 시간을 지나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