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기를 멈추지 못해 울먹이는 아이, 강박증일까요? (왕십리 10대 초반/여 소아 강박증)
왕십리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엄마입니다.
아이가 최근 들어 손을 너무 자주 씻는데,
한 번 씻기 시작하면 비누칠을 수십 번씩 하고 손등이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본인도 힘들다고 울면서도 계속 씻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하는데,
어린 나이에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최은지입니다.
금쪽같은 따님이 반복되는 행동의 굴레에 갇혀 괴로워하고,
그 곁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지켜봐야만 하는
어머님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가셨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울면서도 손을 멈추지 못할 때, 부모로서 대신
아파해주고 싶은 그 간절함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가 겪고 있는 이 증상은 아이의 의지가 약해서도,
부모님의 훈육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아이의 마음속에 자라난 ‘불안’이라는 안개가
잠시 길을 찾지 못해 나타나는 신호일 뿐이니,
너무 자책하거나 아이를 다그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소아 강박증의 원인을 아이의
‘심(心)’과 ‘담(膽)’의 기운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혈의 흐름이 한곳으로 정체된 ‘기울(氣鬱)’ 혹은
‘심담구겁(心膽軀怯)’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정서적으로 유연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한데,
어떤 계기로 인해 마음속에 커다란 불안의 덩어리가 생기면
이를 스스로 해소할 힘이 부족해 반복적인 행동으로 그 불안을 분출하게 됩니다.
이를 쉬운 비유로 설명하자면, 마치 아이의 마음속에 ‘안전 점검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가 너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계속해서
‘위험 경보’를 울리고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경보음이 너무 시끄럽고 무서우니,
그 소리를 끄기 위해 손을 씻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억지로 행동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경보음은 계속 울리는데
귀만 막으라고 하는 격이라, 아이는 더 큰 공포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의학적으로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거나
겁이 많은 체질, 혹은 체내에 화(火) 기운이 정체되어
정서적 조절력이 떨어진 경우 이러한 강박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해진 마음의 센서를 정상으로 돌려놓고
불안의 근원인 심담(心膽)의 기운을 든든하게
보강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체질을 분석하고, 뭉친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한약 처방이나 긴장을 완화하는 침 치료 등을 통해
신경계의 과도한 흥분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이정변기 요법이나
상담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의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면,
아이는 굳이 반복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며 서서히 행동을 줄여가게 됩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강박 행동을 할 때 "그만해",
"지저분하지 않아"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지금 마음이 많이 불안하구나,
엄마가 네 옆에 있어"라고 공감하며 정서적 지지대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씻는 것을 참아냈을 때는
큰 칭찬과 격려로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세요.
더불어 아이의 신체적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과 고른 영양 섭취를 도와주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소아 강박증은 아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기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진단과 관리를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이 아이가 더욱 건강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얼굴에
다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답변이 질문자님께 작게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