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밑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요 (강남 60대 중반/여 갱년기소양증)
밤만 되면 종아리랑 등 쪽에 개미나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가렵고 따끔거립니다.
피부과 연고를 아무리 발라도 그때뿐이고, 피가 날 때까지 긁어야 직성이 풀려요.
겉보기엔 피부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것도 갱년기 증상인가요? 진액이 마르면 피부도 가려운 건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오지윤입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처나 발진이 없는데도 밤마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극심한 가려움 때문에 피가 날 때까지 피부를 긁어내셔야 했다니, 그 끔찍한 고통과 답답함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환자분께서 "진액이 마르면 피부도 가려운 건지" 질문해 주셨는데, 자신의 몸 상태를 아주 놀랍도록 정확하게 짚어내셨습니다.
현재 겪고 계신 피부 밑으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이상 감각(환촉)은 갱년기 여성들이 임상에서 매우 흔하게 호소하지만, 일반 피부과 검사로는 원인을 찾기 힘든 대표적인 갱년기 증후군 중 하나입니다.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 우리 몸이 수분과 콜라겐을 머금는 힘, 즉 인체의 생명 냉각수인 '진액(津液)'이 맹렬하게 메말라버립니다.
이렇게 진액이 고갈되면 피부 장벽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피부 밑의 말초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오작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병리적 현상을 '혈허생풍(血虛生風)'이라고 부릅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바싹 말라 쩍쩍 갈라지면 그 빈틈으로 흙먼지와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 몸속의 피(혈)와 진액이 부족해지면 피부 밑으로 가상의 바람(풍)이 돌아다니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따끔거림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겉 피부의 염증이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피가 날 때까지 긁는 행위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오히려 피부 착색과 2차 세균 감염의 위험만 키우게 됩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겉이 아니라 속을 채우는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1) 자음윤조(滋陰潤燥) 한약 처방: 바싹 마른 나무에 물을 주듯, 환자분의 체질에 맞는 한약을 통해 고갈된 진액과 혈을 몸속 깊은 곳부터 듬뿍 보충합니다. 메마른 신경과 피부 점막을 안에서부터 촉촉하게 적셔주어야 합니다.
2)수승화강(水升火降) 및 순환 개통: 가려움증을 악화시키는 뇌와 피부 쪽의 가짜 열(허열)은 서늘하게 식혀 내리고, 침치료를 통해 꽉 막힌 말초의 기혈 순환로를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이렇게 전신에 맑고 촉촉한 피가 온전히 돌게 되면 말초 신경의 오작동이 멈추고 지긋지긋한 벌레 기어가는 느낌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매일 밤 피가 나도록 긁으며 홀로 괴로워하지 마시고,
하루빨리 가까운 전문 한의원에 내원하시어 텅 빈 진액을 채우는 치료를 시작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