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이상합니다... (진해 40대 후반/여 이인증)
안녕하세요. 최근 들어 제 자신이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은 너무나 이상하고 기괴한 기분이 지속되어 두려운 마음에 상담을 남깁니다.
길을 걷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내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공중에 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제 손과 발을 보아도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가만히 거울을 보면 거울 속 인물이 낯설게만 느껴져 소름이 돋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증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니 이러다 정말 미쳐버리거나 심각한 정신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기분을 설명하자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앓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마치 꿈속을 걷는 것처럼 뿌옇고 가짜 같은 세상에서 사는 기분이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너무나 괴롭습니다.
저를 지배하는 이 무서운 비현실감이 정신병=일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내 몸과 정신이 온전히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분리된 듯한 감각 때문에 얼마나 무섭고 혼란스러우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아무에게도 이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거울을 보며 미쳐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셨을 그 외롭고 차디찬 시간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타인에게 설명하기조차 힘든 이 기괴한 비현실감은 환자분이 실제로 미쳤거나 정신병에 걸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뇌와 신경계가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잠시 현실 감각의 스위치를 내려버린 방어 기제일 뿐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환자분께서 겪고 계신 증상들은 의학적으로 이인증이라는 질환을 강력하게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인증은 자기 자신을 외부의 관찰자처럼 낯설게 느끼거나 자신의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처럼 느끼는 일종의 해리 장애입니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내 목소리가 마치 남이 대변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손발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환자분처럼 현실 세상 전체가 안개 낀 것처럼 가짜로 보이는 비현실감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인증은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감각의 기괴함을 뚜렷이 느끼기 때문에, 현실 판단력이 아예 상실되는 조현병 등의 중증 정신병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신경계 인지 오류 질환입니다.
이러한 이인증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그리고 누적된 피로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고갈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심장과 담력의 기운이 극도로 약해진 심담허겁이나 영양이 고갈되어 정신이 머물 곳을 잃은 심혈허 상태로 진단합니다. 우리 몸은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이나 피로가 밀려오면 심장과 내장의 기운이 위축되면서 기혈 순환이 일시에 차단됩니다. 뇌로 향하는 맑은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뇌 신경 회로가 일종의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더 이상의 자극을 차단하기 위해 감각을 무디게 만들면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차단막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불안과 공포로 굳어버린 심장과 담력의 기운을 보강하고 뇌 신경계의 비정상적인 경계 태세를 해제하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되는 한약은 먼저 메마른 장부에 맑은 혈액과 진액을 공급하여 영양을 채우고 심장을 튼튼하게 안정시켜 줍니다. 한약은 인위적으로 뇌를 멍하게 만드는 정신과 약물과 달리, 뇌 혈류를 개선하여 흐려진 인지 기능을 맑게 깨우고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다시 단단하게 결합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혈이 원활하게 순환하고 몸의 중심인 심장의 에너지가 차오르면 머릿속을 뿌옇게 채우던 안개가 걷히듯 현실 감각이 서서히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돕는 침 치료와 따뜻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뜸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빠르게 마음의 안정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가슴에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침 치료는 불안감과 두근거림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지금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보다 손과 발을 마사지하거나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며 내 육체의 물리적 감각을 자극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내 발이 땅을 딛고 있다는 느낌을 가만히 인지하는 연습은 떠 있는 기분을 바닥으로 내려놓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인증은 무너진 자율신경과 장부의 균형을 바로잡아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니 조속히 내원하시어 상세한 진단을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