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만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강남 10대 중반/남 청소년 사회공포증)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발표 수업 때마다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죽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를 비웃는 것만 같고 얼굴이 빨개지면 도망치고 싶습니다. 학교 가는 것도 무서운데 제가 이상한 걸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유종호입니다.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두려웠을지,
그 마음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단순히 떨리는 정도를 넘어
일상이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고통이지요.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가 왜 이럴까' 혹은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라며 홀로 고민했을 시간이 무척 외로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질문자님이 겪고 있는 증상은 의지의 문제나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마음과 몸의 에너지가 일시적으로 균형을 잃어 나타나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결코 질문자님이 이상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마음의 병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정신 활동의 연결 고리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질문자님이 겪고 계신 증상은 한의학적으로 '심담구겁(心膽軀怯)' 혹은
'기혈허(氣血虛)'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심장'과 결단력을 담당하는
'담(쓸개)'이 있는데, 이 기운들이 선천적으로 약해져 있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되면 외부의 자극을 실제보다 훨씬 크고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우리 마음속에 '불안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의 감도가 너무 예민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잔잔한 바람 정도로 느껴질 상황이
질문자님에게는 거대한 태풍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센서가 과하게 작동하다 보니, 작은 시선조차 비수처럼
느껴지고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얼굴을 붉게 만듭니다.
또한, 체내의 기운이 위로만 치밀어 오르고 아래로는
소통되지 않는 '상열하한'의 상태가 지속되면 머리는 멍해지고
목소리는 떨리며 손발은 차가워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민해진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고,
약해진 심장과 담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적인 접근을 통해 과열된 엔진을 식히듯
달아오른 상초의 열을 내리고, 허해진 하초의 기운을
채워주면 마음의 센서가 점차 정상적인 감도를 되찾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서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한약 처방이나 기혈의 순환을 돕는 침 치료,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이정변기 요법 같은 상담 치료 등이 병행된다면,
몸과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작은 실천들을 병행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긴장된 순간에는 호흡이 얕아지기 쉬운데, 배꼽 아래까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복식호흡을 습관화하는 것이 자율신경계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남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닌 '생각의 습관'일 뿐임을 인지하고,
조금씩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 벅차다면,
가까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진단과 관리를 시작해 보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캄캄한 터널 속에 있는 것 같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질문자님의 마음이 다시 평온해지고, 교실 문을
당당히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스스로를 조금 더 아껴주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이 질문자님께 작게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