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증세 단계에서 3단계는 어떤 의미인가요? (노원구 70대 초반/남 파킨슨병)
저희 아버지가 71세신데요. 혈압약은 드신지 20여년 되셨지만, 다른 지병은 없으셨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몸놀림이 부자연스러우시고 살짝 머리가 떨리는 모습이 보이셨어요. 얼마전에 갑자기 균형 못 잡고 휘청하고 넘어지셔서 병원에 가봤더니,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이거저거 검사해보고 확인해보더니 2단계에서 3단계로 진행되는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파킨슨약도 같이 복용하고 계신데요. 3단계면 어느 정도인건가요? 파킨슨약만 먹어도 더 진행되지 않고 좋아질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증상 변화와 진단 소식에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71세라는 연령대에 파킨슨병 3단계 진단을 받으시고 약물 치료 중이신데요.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를 판별할 때 주로 '호앤야(Hoehn-Yahr) 척도'를 사용하는데, 3단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중등도의 증상과 균형 장애가 나타는데요. 2단계까지는 몸 양쪽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균형을 잡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3단계부터는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지고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집니다. 보행 장애도 심화되어 발이 땅에서 잘 떨어지지 않거나 보폭이 줄어들고, 방향을 전환할 때 중심을 잃기 쉬워집니다. 또한 걷는 도중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돌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넘어짐의 위험성도 증가합니다. 3단계는 '넘어짐(낙상)'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로, 골절 예방을 위해 매우 주의가 필요한 '마지노선'과 같은 단계입니다. 다행히 아직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는 등 신체적인 독립성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파킨슨병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신경 세포의 퇴행 자체를 멈추게 하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레보도파'와 같은 도파민 약물은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여 운동 증상을 극적으로 개선해주지만, 병의 진행이나 신경 손상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약물을 5~6년 이상 장기 복용하면 약 효과가 점점 짧아지는 '약효 소진(Wearing-off) 현상'이 나타나거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버님이 겪으시는 균형 장애나 보행 장애, 그리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 변비 등은 일반적인 파킨슨 약물만으로는 잘 조절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꾸준한 운동은 필수입니다. 환자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에 매우 중요합니다.
한방 치료의 병행을 고려하시길 권유드립니다. 한방 치료는 뇌의 퇴행을 예방하여 진행 속도를 늦추고, 양약의 부작용을 줄이며, 비운동성 증상(우울, 변비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약은 레보도파의 약효를 증진시키거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앞당기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양방 치료와 충분히 병행이 가능합니다.
아버님의 경우 이미 3단계로 진행된 상태이므로, 약물 치료와 더불어 낙상 예방을 위한 환경 조성과 적극적인 재활 및 통합적인 치료를 병행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