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과 가스불 무한 확인 강박으로 일상이 너무 괴롭습니다 (진주 30대 초반/남 강박증)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예전부터 꼼꼼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괴로워 상담을 남깁니다. 무엇인가를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볼 때도 서류나 이메일을 보냈는지, 오타는 없는지, 첨부파일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실제 업무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분명히 방금 확인했는데도 내가 본 기억이 조작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 다시 열어보고 또 열어보느라 업무 효율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 출근길과 잠들기 전입니다. 아침에 현관문을 잠그고 나왔는데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올라가서 문고리를 잡아당겨 봐야 합니다. 한 번 확인하고 돌아서면 그 확인한 행위 자체가 꿈인지 실제인지 헷갈려 다시 가서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어두는데도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쫓겨 지각 위기를 겪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가스불도 마찬가지입니다. 밸브를 잠갔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도 혹시나 가스가 새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외출했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밤에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려고 누우면 현관문은 잘 잠겼는지, 다른 방의 불은 다 꺼졌는지, 가스 밸브는 잠겨 있는지 온 집안을 순찰하듯 돌아다녀야 합니다. 침대에 누웠다가도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면 다시 일어나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확인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어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머리로는 이제 그만하고 자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불안감이 저를 집어삼키는 기분입니다.
이런 증상 때문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갑니다. 제 스스로가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우울해집니다.
이런 강박적인 습성과 불안함도 한의원 치료를 통해 고칠 수 있을까요?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반복되는 확인 행동과 그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군요. 본인 스스로도 불필요한 행동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확인을 반복해야 하는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우셨을 것입니다. 특히 출근 시간이나 취침 시간처럼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담자님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적어주신 증상을 종합해 볼 때, 상담자님의 상태는 불안장애를 동반한 강박장애로 보입니다. 강박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 사고와, 그로 인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 행동이 특징입니다. 현관문이나 가스불이 잘 잠겼는지 의심하는 것은 강박 사고에 해당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복해서 확인하는 것은 강박 행동입니다. 뇌의 전두엽 기저핵 부위가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어, 위험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뇌에서는 계속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를 끄기 위해 확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인을 해도 뇌의 경고 시스템이 꺼지지 않으니, 돌아서면 다시 불안해지고 확인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강박증과 불안장애의 원인을 심장과 담의 기능 저하, 또는 기운의 울체에서 찾습니다. 심장은 사람의 정신 활동을 주관하는 장기인데,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심장의 기운이 약해지거나 과열되면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초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결단력을 주관하는 담의 기운이 약해지면,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계속해서 의심하게 됩니다. 즉, 상담자님의 경우 뇌 기능상의 불균형과 함께 심신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이성적인 통제력이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방 치료는 단순히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눌러주는 것이 아니라, 뇌와 장부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데 목표를 둡니다. 상담자님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통해 과열된 심장의 열을 내리고 부족한 기운을 보강하여, 뇌가 보내는 잘못된 신호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심장의 기능이 안정되면 막연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담력이 강화되면 한 번 확인한 것에 대해 "이 정도면 됐다"라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약물 치료와 함께 뇌 신경을 안정시키는 침 치료 등을 병행하면, 반복적인 확인 행동이 서서히 줄어들고 수면의 질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강박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내원하셔서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