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괴롭힘으로 대학생이 되고도 힘듭니다. (의정부 20대 초반/남 PTSD)
중학교 3년 내내 온갖 거짓말로 절 따시켰던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절 못돼 처먹은 놈으로 낙인시켰고 거의 투명인간처럼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매번 그냥 별거 아니다, 장난이다는 식이었습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제 호소를 주의깊게 듣지 않았고 제 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기대 하지 말고 공부만 하자 그렇게 친구 없이 고등학교도 마치고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는데요. 여전히 친구가 없습니다. 무너진 자존감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서도 더이상 영향 받지 않게 털어버리자고 마음 먹어도 좀처럼 쉽지 않고 너무 괴롭습니다. 병원도 가보고 약도 먹어보고 상담도 해보고 했지만, 그 순간 좀 도움되다가도 또 원상태입니다. 이렇게 쭈욱 살아야 하는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중학교 시절 겪으신 극심한 따돌림과 주변의 외면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뇌의 기능에 깊은 흔적을 남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양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사춘기라는 민감한 시기에 겪은 사회적 배척은 성인보다 더 길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며, 당사자의 뇌와 정서 발달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금 겪고 계신 괴로움은 본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트라우마로 인해 변화된 뇌의 생리학적 반응 때문입니다.
상담 등을 통해 이성적으로는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도, 신체 반응을 주관하는 정서적 뇌와 변연계에 새겨진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트라우마의 핵심은 몸이 기억하는 신체적 반응에 있습니다. 몸이 여전히 위험 속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말로만 하는 위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몸의 감각을 먼저 안정시키는 '상향식(Bottom-up)' 접근이 필요합니다. 요가, 명상, 호흡법이나 한방 치료처럼 몸의 긴장을 풀고 자율신경계를 진정시켜 "신체가 위험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충분히 회복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과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존의 양방 치료나 상담만으로 효과가 더디다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장부(臟腑)와 기혈(氣血)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한방 치료를 병행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약 치료는 불안 조절에 관여하는 뇌신경 세포의 기능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느끼는 자책감과 수치심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트라우마의 흔적일 뿐입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끼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믿을 만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당신의 뇌는 생존 모드에 갇혀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부상'을 입었기 때문임을 기억해 주세요.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뇌와 몸이 반응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몸의 감각을 안정시키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을 시도해 보시길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