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감,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강남 50대 중반/남 하지불안증후군)
밤에 자려고 누우면 다리가 근질거리고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리를 털거나 주무르면 조금 낫다가도 금방 다시 증상이 나타나서 새벽까지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검사해도 원인을 모른다는데, 이 불쾌한 감각을 다스릴 방법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유종호입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과 그로 인한 불면의
고통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깊이 공감합니다.
남들은 편안하게 잠드는 시간에 혼자 거실을 서성이거나
다리를 두드려야만 하는 그 고단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로운 싸움이지요. 특히 "다리가 이상하다"고
말해도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어 답답하셨을 텐데,
그동안 참으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을 주로 '혈허(血虛)'와 '혈조(血燥)'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이를 쉬운 비유로 설명해 드리자면,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을
'부드러운 윤활유가 흐르는 기계'라고 생각해보세요.
다리 근육과 신경이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영양분인 혈액(윤활유)이
충분히 공급되어 촉촉하게 적셔줘야 합니다.
그런데 과로나 노화, 스트레스로 인해 이 윤활유가 부족해지면
기계가 마찰을 일으키며 삐걱거리고 열이 나듯,
다리 신경이 메마르고 예민해져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비정상적인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또한, '간주근(肝主筋)'이라 하여 한의학에서는 간이 근육의 건강을 주관한다고 봅니다.
밤이 되면 기운이 안으로 갈무리되어야 하는데,
간의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고 뭉쳐 있거나 열이 있으면
다리 쪽으로 탁한 기운이 몰려 경련이나 불쾌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즉, 질문자님의 증상은 다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몸 전체의 혈액이 부족해지고
신경계의 평온함이 깨졌다는 신호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한의학적인 관점을 통해 부족해진 음혈(陰血)을 정성껏 보충하고,
다리 근육의 긴장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메마른 논바닥에 물을 대주듯 신경계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여
예민도를 낮추고, 하체로 흐르는 혈류를 방해하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집중합니다.
몸 안의 윤활유가 채워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
밤마다 괴롭히던 불쾌한 감각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으며 깊은 잠을 청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가정에서는 잠들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따뜻한 물을
이용한 족욕으로 다리의 긴장을 풀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신경을 흥분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카페인이나 알코올은 신경계를 자극하여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므로 가급적 멀리하시고,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여 혈액의 질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권해드립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우리 몸이 "지금 너무 메마르고 지쳐 있다"고 보내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통해
내 몸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신경의 예민함을 다독여 나가는 과정을 시작해 보셨으면 합니다.
작성해 드린 답변이 질문자님의 다리를 편안하게 하고,
잃어버린 숙면을 되찾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리의 불쾌함이 사라지고 오랫동안 꿈꿔온 평온한 밤이 질문자님께 다시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