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주기적으로 아픈데 스트레스성이래요. (강북구 10대 후반/여 신체화장애)
고1 여고생입니다. 배가 자주 아픈데요. 1주일에 하루 이틀은 소화도 안 되고 배가 아픈 날이 있거든요. 한번은 갑자기 아침에 토해서 병원 가느라 학교를 못 간 적도 있어요. 정말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음식도 조심하는데, 엄마랑 병원에 가면 맨날 스트레스성이라고만 하니까 답답합니다. 앞으로 중요한 시험볼 때 그럴까봐 너무 걱정입니다. 근본적으로 나아질 방법 없나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매주 반복되는 복통과 갑작스러운 구토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학업에도 지장이 커서 정말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현재 증상은 신체화(Somatization)로 인한 신체화장애(신체증상장애)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요. 규칙적인 생활과 음식 관리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스트레스성'이라는 말만 들으면 내 고통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무척 답답하시겠지만, 학생님이 겪고 있는 통증은 꾀병이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가 반응하는 실제적인 고통입니다.
신체화 현상이란 정신적·사회적 스트레스나 내면의 갈등이 말이나 감정으로 적절히 표현되지 못할 때, 우리 뇌가 이를 소화기 증상과 같은 신체적 통증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심리 발달이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한 표현이 신체화 증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일반적인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는 장기에 혹이 있거나 염증이 생기는 '구조적인 하드웨어 문제'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학생님의 경우 장기 자체는 멀쩡하더라도 이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조절 기능에 오류가 생긴 '기능적 이상' 상태이기 때문에 검사상으로는 정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켜 교감신경을 활성화합니다. 이때 뇌는 에너지를 근육이나 심장에 집중시키기 위해 당장 생존에 급하지 않은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를 의도적으로 줄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위장의 운동 및 분비 기능이 저하되어 소화불량, 구토, 복통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시험과 같은 상황은 학생에게 매우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Stressor)입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라고 자책하는 마음은 뇌의 '화재경보기'인 편도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시험 기간마다 체했던 경험이 뇌에 일종의 패턴으로 각인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위장이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힌 '간기울결(肝氣鬱結)'이나 소화 기능이 약해진 '비위허약(脾胃虛弱)'으로 보고 치료합니다. 단순히 증상만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장부기혈(臟腑氣血)의 균형을 맞추어 뇌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한약, 침뜸,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이 자율신경계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님의 증상은 고등학교 생활이라는 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보내는 '고통의 언어'입니다. "스트레스성"이라는 말이 "가짜"라는 뜻이 아님을 이해하고, 내 몸이 현재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증상이 만성화되기 전에 부모님과 상의하여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