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폭식증으로 몸이 망가졌어요. (김해 30대 초반/여 폭식증)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부터 시작된 폭식증이 도저히 통제되지 않아 힘들어요.
작년 하반기에는 회사 일이 유독 바빴습니다. 거의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모니터 앞을 지켜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부터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냉장고를 뒤져 자극적인 음식을 잔뜩 먹는 것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습니다. 배가 부른데도 턱이 아플 때까지 무언가를 씹어 삼켜야만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회사의 바쁜 일정이 어느 정도 정리된 올해까지도 그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야근을 하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날에도 습관적으로 배달 앱을 켜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주문합니다.
먹고 나면 밀려오는 후회와 자괴감에 괴롭지만 다음 날 밤이 되면 또다시 이성을 잃고 음식을 입에 밀어 넣습니다.
당연히 살은 걷잡을 수 없이 쪘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소화도 안 되고 얼굴과 손발은 항상 부어 있습니다. 제 의지로는 도저히 이 폭식을 멈출 수가 없어서 제 몸이 완전히 망가져 가는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단순히 굶거나 식욕 억제제 같은 것을 먹어야 하는걸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매일 밤 밀려오는 식욕과 폭식 후의 자책감 속에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셨을 환자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작년 하반기 내내 주말까지 반납하며 숨 막히는 업무 일정을 소화하셨으니 그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극도의 피로와 긴장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텨내기 위해 선택하셨던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겪고 계신 상황은 환자분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뇌와 몸의 보상 작용이 습관으로 굳어져버린 안타까운 결과입니다. 그러니 폭식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마시고 이제부터 차근차근 몸의 균형을 되찾아간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환자분께서 호소하시는 증상은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폭식증입니다. 폭식증은 단순히 식탐이 많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질환입니다. 신체적으로 온전한 허기를 느껴서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감정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뇌가 음식을 강박적으로 요구하는 상태입니다. 감정적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달하면 뇌는 즉각적인 쾌락과 안정감을 주는 도파민을 원하게 되고 가장 쉽고 빠르게 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고칼로리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체계가 망가져 배가 터질 듯이 부른데도 숟가락을 놓지 못하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몸이 무겁고 붓는 현상 역시 장부가 폭식으로 인해 한계치를 넘어 혹사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폭식증의 원인을 주로 간기울결과 위열에서 찾습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기운을 원활하게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한 업무와 긴장으로 간의 기운이 꽉 막히게 되면 억눌린 열이 발생합니다. 이 뜨거운 열기는 바로 옆에 있는 위장으로 옮겨붙어 위장의 온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게 됩니다. 위장에 열이 가득 차면 음식을 무서운 속도로 소화시키며 끊임없이 가짜 식욕을 만들어냅니다. 속에 불이 났으니 자꾸 무언가를 집어넣어 그 열을 끄려고 하는 우리 몸의 착각 현상입니다. 또한 폭식으로 인해 위장과 비장의 기능이 무너지면 몸속에 노폐물인 담음이 쌓이게 되고 이것이 전신을 돌아다니며 몸을 무겁게 만들고 부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단순히 뇌 신경을 억눌러 식욕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인위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되는 한약은 먼저 꽉 막힌 간의 기운을 시원하게 소통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위장에 쌓인 뜨거운 열을 부드럽게 식혀주는 데 집중합니다. 위장의 온도가 정상을 되찾으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던 가짜 식욕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본래의 감각을 회복하게 됩니다. 더불어 비위의 기능을 보강하여 몸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인 담음을 배출시키면 천근만근 무겁던 몸이 가벼워지고 붓기가 빠지면서 건강한 체중 감량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복부와 손발의 경혈을 자극하는 침 치료와 뜸 치료를 병행하면 기혈 순환을 돕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정서적인 폭식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폭식을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낮에 굶거나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이시면 절대 안 됩니다. 이는 밤에 더 큰 폭식을 부르는 원인이 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시며 위장을 편안하게 달래주셔야 합니다. 폭식증은 무너진 장부의 균형을 바로잡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더 이상 홀로 자책하며 망가지는 몸을 지켜보지 마시고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을 통해 건강하고 가벼운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조속히 내원하시어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