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살 찌는건 너무 싫어요. (노원구 20대 초반/여 거식증)
키 160에 현재 몸무게가 35키로에요. 더 살 빼서 이뻐보이고 싶은데 굶어도 더이상 잘 안 빠지니까 스트레스에요. 또 한 편으로는 이렇게 굶다보니 생리도 거의 안 하게 되고 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살찌는게 극도로 싫어요. 거식증 맞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너무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현재 말씀해 주신 키 160cm에 몸무게 35kg은 신체 질량 지수(BMI)로 계산했을 때 약 13.67 정도로, 이는 의학적으로 현저한 저체중 상태에 해당합니다. 질문자님이 겪고 계신 증상들은 전형적인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의 모습과 매우 일치하여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현저한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더 살을 빼고 싶어 하거나, 조금이라도 살찌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거식증의 핵심 증상인 '왜곡된 신체 이미지'와 '비만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보여줍니다. 생리 불순(무월경)은 굶기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생리가 끊기는 것은 몸에서 보내는 중대한 경고 신호입니다. 이는 뇌와 몸의 호르몬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굶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은 몸이 극단적인 기아 상태에 적응하여 기초대사량을 낮추었기 때문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질환'입니다. 거식증은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나 의지력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병적인 상태입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이나 낮은 자존감, 불안, 강박적인 정서가 다이어트를 통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일 수 있습니다.
현재 체중은 정상 체중의 75% 미만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며, 이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합병증이나 심장 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시급합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주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인 시간에 먹는 연습을 통해 뇌에 배고픔과 배부름의 신호를 다시 가르쳐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장부기혈(臟腑氣血)과 체질을 개선하여 근본적인 치료에 더 도움드릴 수 있는 한방 치료를 권해드리고 싶은데요. 한의원에서는 강제로 식욕을 돋우기보다, 예민해진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소화기(비위) 기능을 보강하여 뇌가 스스로 식사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혼자서 이 고통을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스스로를 비난하지 마시고, "살을 찌우러 간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지친 내 몸과 마음에 기운을 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러 간다"는 마음으로 조속히 가까운 한의원이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