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 의심되는 여고생인데요. (노원구 10대 후반/여 거식증)
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얼마 전부터 밥 한 숟가락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합니다. 원체 키도 작고 마른 체형으로 153에 40키로 초반 정도 유지했었는데, 최근 몇 달 사이 3~4키로 빠졌어요. 아이는 일부러 살을 더 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으려고 노력해도 정말 들어가질 않는다고 해요. 생리도 잘 안 나오고 나와도 양이 적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거식증이던데요. 병원에 가보자고 해도 안 간다고 고집 피웁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따님이 겪고 있는 증상과 부모님의 걱정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현재 적어주신 따님의 신체 상태와 식사 거부 양상은 거식증, 즉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전형적인 모습과 매우 유사하여 매우 세심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당장에 현저한 저체중과 체중 감소가 문제인데요. 키 153cm에 30kg대 후반에서 40kg 초반의 몸무게는 의학적으로 현저한 저체중에 해당하며, 최근 몇 달 사이 34kg이 빠진 것은 청소년기 성장 발달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생리량이 줄거나 잘 나오지 않는 무월경 증상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대표적인 신체적 경고 신호입니다. 또한, 밥 한 숟가락에도 배가 부르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은 위장 운동 기능이 저하되어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일부러 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거식증 환자들은 대개 자신의 상태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님 뿐만 아니라 거식증 환자 대다수는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거부하여 진료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부모님의 접근 방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살을 찌우러 병원에 가자"는 말은 아이에게 큰 공포를 줄 수 있습니다. 대신 "요즘 속이 너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보여서,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운을 돋우는 도움을 받으러 가보자"는 식으로 신체적인 불편함을 해결해준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병원 방문 자체에 거부감이 강하다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시하는 한방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타고나기를 소화기가 약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기혈 순환이 무너진 상태를 파악하여, 약해진 비위(소화기) 기능을 보강하고 울렁거림이나 식욕 부진을 치료하는 맞춤 한약을 처방합니다. 강제로 식욕을 돋우기보다 뇌가 스트레스와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식사에 대한 왜곡된 강박이나 불안을 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특히 청소년기 거식증은 뇌와 몸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전신 상태를 개선하여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됩니다.
만약 아이의 체중이 급격히 더 빠져서 정상 체중의 75%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심박수가 너무 낮아지는(분당 50회 미만) 경우, 혹은 극심한 무기력증이나 부정맥 증상이 보인다면 이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신호이므로 즉각적인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현재 겪는 문제는 나약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참고 버텨온 결과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먼저 아이의 고통을 수용해주시는 태도를 유지하시면서, 가까운 한의원이나 관련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찰을 신속히 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