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요, 청소년 우울증일까요? (성동구 10대 후반/여 청소년우울증)
요즘 학교 가기도 싫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아요.
방에 혼자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나고, 부모님은 사춘기라며 이해해주지 않으셔서 더 답답합니다.
잠도 잘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한데 저 우울증인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최은지입니다.
적어주신 글을 읽으며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학업과 교우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짊어져야
할 짐이 많은 시기에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감이 찾아와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요.
특히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할 부모님께서
사춘기라며 가볍게 넘기실 때 느끼셨을
그 서운함과 고립감이 글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혼자서 꾹꾹 눌러 참으며 눈물을 흘렸을 시간들이
결코 가벼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마음의 의지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에너지를 다 써버려 방전된 상태,
즉 '심담구겁(心膽俱怯)'이나 '기혈허(氣血虛)'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우리 마음에는 감정이라는 물
을 담아두는 그릇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릇이 튼튼해서 웬만한 스트레스는 잘 담아내지만,
오랜 시간 긴장하고 지치다 보면 그릇 바닥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일들에도
마음의 물이 줄줄 새어 나가게 되고, 결국 그릇이
텅 비어버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은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고 한곳에 뭉쳐 있는 '기울(氣鬱)'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 오일이 굳으면 차가 제대로
나가지 않고 열이 나듯, 우리 몸의 기운 순환이 막히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게 됩니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성장이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라
이러한 기운의 불균형이 더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겪고 계신 증상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세밀한 진단과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단순히 억지로 기운을 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헐거워진 마음의 그릇을 보강하고 막힌 기운의
통로를 부드럽게 열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심장의 기운을 돋우고 담력을 키워주는 약재나,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침 치료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체질과 현재 상태에 맞는
한방 상담이 병행된다면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아주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5분 동안 햇볕 쬐며 걷기처럼 아주 사소한 행동부터 시작해 보세요.
햇볕은 우리 몸에서 천연 우울증 치료제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합성을 돕기 때문에 하루 10분이라도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불을 끄고
누워 몸을 이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당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차근차근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밝은 아침이 오듯,
마음에도 다시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