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게임만 하는 아이, 현실보다 가상 세계가 좋다하니 걱정입니다. (구로 10대 중반/남 게임중독)
중학교 2학년 아들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게임만 붙잡고 삽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학원도 빠지기 일쑤며,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여요.
예전에는 밝고 착한 아이였는데, 갈수록 대화도 단절되고 눈빛도 멍해지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단순히 사춘기 반항인지, 치료가 필요한 중독 상태인지 한방에서는 어떻게 도와주나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가나입니다.
방 안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며 세상과 벽을 쌓고 있는 아이를 지켜보시는
부모님의 타들어 가는 심정과 막막함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려 할수록 돌아오는 차가운 반응과
분노 섞인 행동에 부모님 또한 마음의 상처를 깊게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보이는 모습은 단순히 부모님을 괴롭히기 위한
반항이 아니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뇌의 불균형 상태에서
오는 일종의 '도움 요청'일 수 있음을 먼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게임중독(게임 이용 장애)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현실 세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허기를 가상 세계의
강렬한 자극으로 채우려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심(心)'과 '담(膽)',
그리고 '신(腎)'의 기운이 극도로 치우친 상태로 파악합니다.
이를 비유로 설명하자면, 아이의 뇌를 '가뭄이 든 논바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마음의 단비(정서적 안정과 성취감)가 내리지 않아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는 상태인 것이지요.
이때 게임이라는 '강력한 인공 수로'가 열리면,
아이의 뇌는 즉각적인 쾌락과 보상에 중독되어 현실이라는 메마른 땅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하게 됩니다.
게임을 못 하게 할 때 나타나는 폭발적인 분노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인공 수로가 끊길 때 느끼는 생존의 위협과도 같은 극심한 불안 반응입니다.
한의학적 원인으로는 '간화상염(肝火上逆)'과 '심담허겁(心膽虛怯)'을 주요 원인으로 봅니다.
장시간 게임의 시각적·청각적 자극에 노출되면 간의 기운이
뜨거워져 위로 치솟게 되는데, 이로 인해 참을성이 없어지고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납니다.
동시에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심장과 담력의 기운이
허약해지면 현실의 작은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고
도피처인 게임 속으로만 숨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해지고 자극에만 반응하는 변연계가 과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뇌 속에 쌓인 과도한 열독을 가라앉히고, 텅 빈 마음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뇌 신경계의 안정을 돕고
기혈 순환을 바로잡아, 아이 스스로 게임이라는 자극을 이겨낼 수 있는
'내적인 힘'과 '조절력'을 회복시켜 주는 치료 방향을 고려해보시라고 권유해 드립니다.
외부에서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아이의 몸 안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활 속에서는 게임 시간을 줄이려고만 애쓰기보다,
아이와 '비게임적' 소통을 늘리는 데 집중해 주세요.
아이가 게임 속에서 얻으려 했던 것이 인정인지, 소속감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해소인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현실에서도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장소를 거실과 같은 개방된 공간으로 옮기고,
뇌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닫힌 마음 문을 여는 것은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통해 아이의 장부 기운을 조화롭게 다스린다면
다시금 현실의 즐거움을 깨닫는 날이 올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먼저 지치지 마시고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답변이 아이와 부모님의 끊어진 대화를 잇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게임기 너머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다시금 건강하게 발을 내딛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