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증상인지 그냥 제가 의지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서울 30대 초반/여 ADHD)
해야 할 일인 걸 알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고, 막상 앉아서 시작하려고 해도 몇 분 지나면 어느새 딴생각을 하고 있어요. 중요한 약속이나 물건도 자꾸 깜빡해서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의지 문제인가 싶어서 다잡아보려고 해도 잘 안 되니까, 혹시 이게 ADHD 증상인 건 아닌지 궁금해졌어요. ADHD랑 그냥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서현욱입니다.
ADHD 증상 여부에 대해 문의 주셨네요.
말씀하신 증상들, 집중이 잘 안 되고 일을 미루게 되고 중요한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패턴은 ADHD의 주요 증상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들이 ADHD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해요.
ADHD와 단순한 집중력 저하를 구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증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느냐입니다. ADHD는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직장, 가정, 대인관계 등 여러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부터 비슷한 패턴이 있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반면 최근 들어 갑자기 생긴 증상이라면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우울감, 번아웃 같은 다른 원인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봅니다. 먼저, 심비양허(心脾兩虛), 즉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함께 소진되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된 상태로 보기도 하고, 담화요심(痰火擾心) 유형은 몸 안에 열과 담이 쌓여 심장을 교란하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상태로, ADHD 증상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요. 신허(腎虛) 유형은 신장의 기운이 부족해져 뇌를 충분히 자양하지 못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증상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중력 저하나 충동성이 나타나게 된 몸 전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둡니다. 같은 ADHD 증상이라도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소진된 경우, 열과 담이 쌓여 심장을 교란하는 경우, 신장의 기운이 부족해 뇌를 충분히 자양하지 못하는 경우 등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체질과 현재 몸 상태, 생활 환경을 함께 살펴 처방이 달라집니다. 약물처럼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기혈 순환과 장부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뇌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도록 돕는 방식이에요. 두뇌기능훈련이나 집중력 훈련, 명상 등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필요 시 심리 상담, 한의학적 정신요법 등을 병행할 수 도 있습니다.
ADHD 증상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뵈면,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거나 의지 문제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ADHD든 아니든 이런 증상은 본인이 나태해서가 아니라 뇌의 조절 기능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시는 게 좋아요. 가까운 한방신경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한의원을 방문하셔서 진찰과 함께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