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지와 상관없이 목이 돌아가고 뻣뻣해요. (김해 30대 중반/여 사경증)
안녕하세요. 저는 사람들을 대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몇 달 전부터 뒷목이 뻐근하다 싶더니, 최근 들어서는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목이 한쪽으로 획 돌아가거나 뒤로 젖혀지는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담이 결린 줄 알고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마사지도 받아봤지만, 증상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도 목이 저절로 돌아가는데, 제가 억지로 정면을 보려고 힘을 주면 목 근육이 끊어질 듯이 뻣뻣해지고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어 손으로 턱을 잡아야 겨우 돌아옵니다.
가장 괴로운 건 타인의 시선입니다. 업무상 미팅을 하거나 회의를 할 때 가만히 있고 싶은데 목이 계속 움직이고 떨리니, 상대방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너무 창피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 남들을 의식하면 긴장이 돼서 그런지 목이 더 심하게 비틀어집니다.
내몸이 내 마음대로 조절이 안된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거울 속에 비틀어진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우울증까지 올 것 같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고개가 돌아가 숟가락 조준이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경증이라는 병과 비슷한 것 같은데, 뇌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납니다. 한의원에서는 수술 없이 이 고통스러운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지, 제가 다시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간절한 마음으로 상담을 드립니다.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내 몸의 주인은 분명 나 자신인데, 가장 중요한 부위인 목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제멋대로 돌아갈 때 느끼는 당혹감과 상실감이 얼마나 크셨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얼굴과 목 부위가 틀어지다 보니, 신체적인 통증보다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마음의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환자분께서 겪고 계신 증상, 즉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목 근육이 수축하여 고개가 돌아가거나 떨리고 뻣뻣해지는 현상은 연축성 사경증, 또는 경부 근긴장이상증으로 진단됩니다. 이는 목 디스크나 단순한 근육통과는 달리 뇌의 신경학적 시스템에 오작동이 생긴 질환이므로, 억지로 고개를 돌리려 힘을 쓰거나 본인을 자책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사경증은 뇌의 기저핵이라는 부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기저핵은 우리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는데, 이곳이 과도하게 예민해지면 목 근육에 수축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분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뇌는 계속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사경증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분처럼 손으로 턱이나 얼굴을 살짝 만지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감각 속임수 현상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군가가 쳐다볼 때, 걷거나 활동할 때 증상이 심해지고, 아침 기상 직후나 편안히 누워있을 때는 증상이 덜한 특징을 보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사경증의 원인을 간풍내동과 기혈비막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사경증 환자분들은 대체로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이 간의 기운을 뭉치게 하고, 이것이 열을 발생시켜 내부의 바람인 풍을 일으킵니다. 이 풍기가 목 뒤의 경락인 태양경을 타고 올라와 목 근육을 제멋대로 흔들고 비틀어버리는 것입니다. 또한 목 주변의 기혈 순환이 막혀 근육에 영양 공급이 안 되면서 근육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지는 현상이 동반됩니다.
한의원에서의 치료는 단순히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을 넘어, 오작동을 일으키는 뇌의 균형을 바로잡고 몸속의 풍기를 잠재우는 근본 치료를 시행합니다. 보톡스 주사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증상을 완화하지만 반복 시술 시 내성이 생길 수 있는 반면, 한방 치료는 몸의 자생력을 높여 스스로 근육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치료의 핵심이 되는 한약은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됩니다. 먼저 작약, 갈근, 모과 등의 약재를 사용하여 뻣뻣하게 굳고 뒤틀린 목과 어깨의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통증을 줄여줍니다. 이는 근육에 부족한 진액을 공급하여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과정입니다. 이와 함께 천마, 조구등, 백강잠과 같이 뇌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풍을 없애는 약재를 사용하여, 뇌가 근육에 보내는 잘못된 신호를 차단하고 떨림을 진정시킵니다. 만약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많은 경우에는 시호나 향부자 등을 가미하여 울화병을 함께 다스립니다.
한약 치료와 병행하는 침 치료는 사경증 치료에 매우 중요합니다. 흉쇄유돌근이나 판상근 등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의 경결점을 침으로 자극하면 즉각적인 이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턱관절이나 경추의 부정렬이 사경증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추나 요법을 통해 틀어진 뼈와 관절을 바로잡아 신경의 눌림을 해소하고 뇌로 가는 혈류를 개선합니다. 사경증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초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한의학적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은 분명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환자분이 다시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용기 내어 치료를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