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오락가락해서 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노원구 20대 후반/여 조울증)
어떨 때는 다 해낼 것 같은 자신감으로 일을 마구 벌려놓고는 잘 안 풀려서 한 번씩 삐딱할 일이 생기면 그걸 계기로 기분이 처지고 자책을 합니다. 그렇게 급다운될 땐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밥도 거의 안 먹게 됩니다. 사실 그런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긴 합니다. 그러다가 또 이유 없이 기분이 고양되고 또 그래요. 이런 것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친구관계에서 곤란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안 그러고 싶은데 대체 왜 그런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작성해주신 고민 내용은 정신의학적으로 기분장애, 그중에서도 특히 양극성장애(조울증)의 전형적인 양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스스로의 의지 문제라기보다는 뇌의 기분 조절 기능에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께서 경험하시는 기분의 변동은 조증(또는 경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의 특징입니다.
"다 해낼 것 같은 자신감으로 일을 마구 벌리는" 상태는 경조증 삽화와 비슷합니다. 이 시기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감이 상승하며, 목표 지향적인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소한 계기로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고 자책하며, 식욕이 없어지는 것은 우울 삽화의 증상입니다. 우울 삽화 시기에는 무가치감이나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와 활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유 없이 기분이 다시 고양되는 현상은 조울증의 이상성(biphasic) 특징 때문입니다. 특히 양극성장애 2형의 경우, 우울한 기간이 더 길고 경조증은 짧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그런(다운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다"는 사용자님의 경험과 일치합니다.
이러한 기분 변화는 단순한 성격 탓이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이 큽니다.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 기분을 조절하는 뇌 속 화학물질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슬픔이나 우울함이 오래 지속되면 뇌의 특정 영역(편도체, 전두엽) 뉴런들이 극도로 피로해져 정서적 무기력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증이나 우울증 삽화가 발발하기 쉬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외부 요인이나 스트레스가 기분을 증폭시키거나 급격히 떨어뜨리는 커다란 자극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기분의 진폭이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판단력이나 수행 능력에 변화가 생겨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서 곤란을 겪게 됩니다. 고양된 상태에서 벌여놓은 일들이 우울 상태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어 자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조울증은 스스로 병을 다스리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약물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인 치료가 가장 핵심입니다.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한의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전광(癲狂)'의 범주로 보며, 뇌의 기능을 회복하고 신체적·심리적 불균형을 개선하여 스스로 기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질문자님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기보다는 현재의 기분 기복이 뇌의 신호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