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치료 약과 한약을 같이 먹으면 정말 간에 위험할까요? (인천 40대 후반/남 공황장애 치료 한약)
공황장애 치료 약과 한약을 같이 먹으면 정말 간에 위험할까요? 공황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복용 중인 30대입니다. 공황장애 증상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예기불안이 남아 있어서 한방 치료를 병행해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한약은 간에 부담될 수 있고, 특히 한약은 농축된 것이라서 더 위험하다면서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양약이랑 같이 먹으면 간독성이 생길 수 있다고도 하셨고요.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나니 겁이 나서 쉽게 결정이 안 됩니다.
제가 올해부터 고지혈증약(스타틴)도 같이 복용 중인데, 찾아보니 고지혈증약도 간수치가 오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인터넷을 보니까 예전에 한약이 간독성을 일으킨다는 논문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고, 반대로 대규모 조사에서는 안전하다고 나왔다는 말도 있어서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한약이 간에 그렇게 위험한 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박천생입니다.
공황장애 치료약과 한약을 같이 먹으면 간에 위험이 될 수 있는지 문의하셨는데요, 사실 한약과 간에 대한 문제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폄훼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한 명의 한의사로서 상당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약은 간에 부담이 된다.”, “특히 한약은 농축되어서 더 위험하다.” 그래서 절대로 한약은 복용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게다가 고지혈증약, 즉 스타틴까지 복용 중이라면 더 걱정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차분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약인성 독성간염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 약물을 복용한 이후 간수치(AST, ALT)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현상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한약은 사실 이 문제에서 많이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약인성 간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세트아미노펜, 즉 타이레놀 계열 진통제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항생제, 특히 아목시실린 같은 약이 자주 보고됩니다. 항결핵제, 일부 항경련제, 항우울제도 독성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많이 처방받는 고지혈증약, 즉 스타틴 계열 약물 역시 간효소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복약 중에는 정기적인 간기능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성간염조차도 대부분은 경미하고 일시적이며, 중대한 간손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여러 약물에서도 간수치 상승은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약도 일부 특정 약재에서 간독성이 보고된 바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의 한약재와 관련된 문제이며, 대부분의 한약은 매우 안전한 범위에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중금속, 잔류 농약, 곰팡이 독소 검사를 거친 규격품을 사용합니다.
또한 과거 일부 악의적인 연구에서는 수개월 전에 한약을 복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간수치 상승을 한약 때문이라고 단정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여전히 그 잘못된 결과를 인용하는 잘못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약인성 간손상은 복용 시점, 용량, 병용 약물, 기저 간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히 “먹은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분석 연구에서도 정식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한약은 통계적으로 간손상 위험이 매우 적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한약은 농축되어서 더 위험하다는 말 또한 아무런 근거도 없는 비과학적인 비방이라고 생각됩니다. 농축은 물이 줄어든 형태일 뿐입니다. 독성이 새로 생성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사골국을 오래 고아서 진하게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독성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원료 자체가 안전하다면, 농축되었다고 해서 간독성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제형이 아니라 원료의 안전성과 처방의 적절성입니다.
공황장애 약, 고지혈증약, 그리고 한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공황장애 약물과 스타틴 모두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금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재 복용 약물과 간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1~2개월 후 추적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막연한 공포 때문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선택지를 포기하기 보다는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맘 편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즉, 약인성 간염은 한약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오히려 진통제나 항생제, 항결핵제, 고지혈증약 등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정식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한약은 관리 체계 안에 있으며, 한약이 농축된다고 해서 독성이 새로 생기지도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판단과 간기능 모니터링입니다. 공황장애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이분법적인 선택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 맞는 안전한 조합을 찾는 것입니다. 강요된 공포로 인한 환자분들의 불안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결정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근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