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처럼만 살고 싶은데, 제가 너무 멍청한 것 같아요. (노원구 20대 중반/남 성인ADHD)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 때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요. 그때는 그냥 공부에 흥미가 없었기에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심각하게 멍청하다고 생각한건 군생활할 때부터입니다. 엄격한 분위기에 긴장이 되니까 더 그랬던 것 같은데요. 뭐든 항상 이해력이 딸리고 느렸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도움받아가면서 무사히 전역하고, 사회 나와서 일하는데 일 못한다고 욕도 많이 먹고 1~2개월 못 버티고 다른 직장 구하는 식이 반복되었습니다. 정말 제가 너무 멍청한거 아닌가 싶어서 인생 잘 살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됩니다. 인터넷 테스트를 해보면 ADHD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는데요. ADHD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더 제 앞날이 부정적으로만 보였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처럼만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그동안 남모르게 겪으셨을 고통과 자책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셨을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겪고 계신 어려움은 본인이 '멍청해서' 혹은 '의지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지능이 좋은 경우 학창 시절에는 본인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버티며 적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성인기에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군대나 사회처럼 업무의 체계화, 우선순위 선정, 행동 전 판단 등 고도의 '사무처리 능력'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뇌의 '브레이크(억제 시스템)' 기능이 약한 특성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엄격한 분위기에서 긴장을 하면 인지 효율이 더욱 저하되어 정보 처리가 느려지고, 상대방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양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잦은 실수가 "나는 무엇을 해도 실패한다"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고, 이는 결국 자신감을 앗아가 직장을 1~2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ADHD는 지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ADHD 환자의 뇌는 '고성능 엔진'을 가졌지만 이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약한 상태와 같습니다. 들어온 정보를 유지하는 능력(작업기억)은 정상인 경우가 많으나,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고 정보를 나누어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져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이해력이 딸리고 느리다"고 느낀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뇌 엔진이 너무 빨리 달려 정보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막연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보다, 현재의 삶을 바꾸기 위한 객관적인 진단이 첫걸음입니다. 인터넷 자가테스트는 선별 도구일 뿐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관련 한의원을 방문하여 CAT(종합주의력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양방에서는 뇌의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조절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충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장부기혈(臟腑氣血)의 균형을 맞추고 체질적 약점을 보완하여 뇌 스스로 주의집중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본인을 다그치기보다 "그동안 이 어려움을 견디느라 참 힘들었구나"라고 스스로를 안아주세요. ADHD는 치료보다는 '증상 조절과 기능 유지'를 목표로 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진단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현재 느끼시는 삶의 무질서함을 충분히 극복하고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가까운 전문 기관을 찾아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길 강력히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